| 바쁜 출장 일정 중에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아무 의미 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눈에 익은 루체른의 카펠교 다리가 나와서 채널을 고정시키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직업의식이 발동했었나 보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내용이 문제가 많아 보였다. 약 700년 이상 된 유서 깊은 목조다리인 카펠교에서 여주인공이 이 곳에 온 기념으로 다리의 한 부분에 낙서를 하는 것이다. 남자 주인공이 말리자 언제 또 이곳에 와보겠냐며 결국 의미 있는 문구(?)를 남겼다. 물론 카펠교에는 무수한 낙서자국이 있다. 그리고 낙서를 하지 말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발자취를 자랑스레 남기는 사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대중적인 전파력이 강한 드라마조차 이 낙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참 황당했다. 걱정스럽게도 이 장면이 스위스를 여행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유별난 한국인의 발자취 남기기는 하이델베르크의 관광명소인 '학생감옥'에서 더욱 유명하다. 동양 3국 중에서 한국인들이 낙서를 가장 많이 한다는 소문이 나버려 이곳 관리인이 한국 유학생에게 ‘낙서금지’를 한국어로 써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 이는 비단 유럽의 관광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캄보디아 타프롬 사원에 들어서면 커다란 스펑 나무와 이엥 나무에도, 석조사원인 앙코르와트 사원에서조차 한국어 낙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화재 낙서는 비단 우리나라 여행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글로 "낙서를 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관광지가 늘어가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각 기업의 질 좋은 상품이, 월드컵 당시 독일로 원정간 붉은 악마들의 매너 있는 응원문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가는 것처럼 한국 여행객들의 행동도 이젠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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