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일 인천-성도

세계의 지붕, 티벳을 향하는 여행의 첫날, 삼국시대 촉(蜀)의 본거지였던 성도까지 날아가 내일부터 있을 대장정에 대비합니다. 저녁식사 후 여유 있게 감상 할 천극(川劇) 변검쇼는 유서 깊은 고도 성도의 문화적 깊이를 파악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제2일  하늘 길을 달리는 칭짱철도

오전에 성도의 명소인 무후사를 가볍게 돌아본 후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여 란주로 이동합니다. 지난 7월 1일 개통된 라싸행 칭짱철도는 성도에서도 탑승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기차에서 꼬박 49시간, 이틀 밤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굳이 란주로 이동하여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하는 칭짱열차를 탑승하게 됩니다.

무후사
삼국시대의 제갈공명(諸葛亮)을 모시는 사당이다. 특이한 것은 제갈공명과 함께 유비의 묘소인 소열묘(昭烈廟)가 함께 모셔져 군신 합장묘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무후사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비전과 제갈량전 양 대전으로 나누어지는데, 유비보다는 제갈량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처음 무후사가 조성된 것은 5세기 경이었지만 명대 말의 농민봉기로 폐허가 되었다가 청나라 때인 1672년에 중건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촉나라의 중심지였던 성도에서는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칭짱 열차 탑승
란주에서 4시 30분에 열차에 승차하고 나면 장장 19시간 동안 기차 안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루해할 시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감숙성의 성도인 난주에서 출발한 열차가 청해성으로 진입하면 벌써 주변 분위기부터 바뀐다. 슬슬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윽고 청해성의 성도인 씨닝에 이르면 차창 밖으로 붉은 해가 떨어진다. 고원위로 지는 해는 그 색깔이 더욱 강렬하다. 씨닝을 통과하면 이미 그 유명한 칭짱고원의 시작이다. 우리들이 잠든 사이, 열차는 고원을 숨가쁘게 달릴 것이다.
세를 완화시키려는 면도 있다. 내부에는 샤워시설과 유흥오락장 등도 갖춰져 있고 민속공연도 펼쳐진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칭짱열차 개통과 함께 여행자가 몰려 열차표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한 달 전에 예매하는 것이 필수인 것은 물론이고 3배 가격의 암표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급기야는 중국 정부가 개입하여 중국내 단체여행자들로 하여금 이 열차이용을 자제하라는 권고까지 내려진 상태다.
칭짱열차의 개통과 함께 티벳 경제도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라싸의 호텔이 초만원을 이루면서 객실 요금이 폭등하고 있으며, 포탈라궁의 경우 하루 입장객을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여행의 편의성은 제고되었지만 티벳의 매력이 급격히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청해성(靑海省)
성도(省都)는 시닝(西寧)이다. 치롄(祁連)*쿤룬*탕구라(唐古拉)*시칭산(西傾山) 등 산맥으로 둘러싸여 성 전역을 청장고원(靑藏高原)이라고 부른다. 북부는 동서로 뻗은 산맥들로 이루어지고 북서부에는 면적이 22만㎢에 이르는 차이다무분지(紫達木盆地)가 있다. 성도인 씨닝을 지나면 바로 중국 최대 염호인 청해호([靑海湖)가 펼쳐진다.
청해성의 분지 내부와 고원에는 내륙하천*담수호*염호가 많아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초원을 무대로 양*소*염소, 야크 등을 키우는 목축업이 흥행하고 있다.

제3일  라싸까지 이어지는 기차여행

열차 침대 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면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열차는 이미 높고 높은 고원지대에 올라와 있을 것이고, 청정한 날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대지위로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보여줄 것이다.
이후부터 열차가 달리는 길은 칭짱고원의 자연환경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원의 동토(凍土)가 주는 황량하면서도 때로는 포근한 정취는 창밖에 고정된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만든다. 열차는 평균 고도 4,500m를 넘나들며 서남쪽으로 내달려 퉈퉈허를 통과한 후 티벳으로 진입한다. 인적 없는 철로를 달리던 열차가 안더를 지나면서부터는 멀리 설산과 함께 고즈넉한 고원호수가 스쳐 지나간다. 물이 있는 곳에는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물론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점점이 떠있는 구름이 길동무가 되는 것은 이 루트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19시간의 기차여행, 세계의 지붕위 청정한 고원을 달리며 깊은 상념에 잠기다보면 밤 10시 30분 경 열차는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역에 도착하여 긴 숨을 토해낸다. 라싸다.

제4일  라싸

오늘 하루종일 고도에 적응해가면서 오랜 시간 여행자의 발길을 거부한 채 베일에 싸여있던 도시 라싸의 장막을 들춰봅니다.
티벳의 상징인 포탈라궁과 최대의 사원인 조캉사원, 그리고 노블링카, 드레풍 사원 등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티벳문화의 정수를 이해하는 하루이기도 합니다.

포탈라궁
티벳의 영광과 굴욕의 역사를 함께 간직한 채 무거운 침묵으로 버티고 있는 포탈라궁을 돌아보는 것 자체가 일종의 성스러운 종교의식을 치르는 느낌이 든다.
포탈라는 ＜관세음보살이 사는 곳＞이라는 의미다. 티벳인들은 이 포탈라궁에 관세음보살이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관음보살이 역대 달라이 라마로 화신(化身)하여 여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재의 궁전은 7세기에 송첸 감포왕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성터에 달라이 라마 5세가 17세기에 새롭게 건설한 것이다. 199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포탈라궁은 13층 높이에 1,000여 개의 방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여 다 돌아보는데 반나절이 소요된다. 궁 자체를 크게 홍궁, 백궁, 덕양하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홍궁은 휘황찬란한 보석이 박힌 역대 달라이 라마의 영탑이 전시되어 있어 가장 볼만한 곳이자 포탈라궁의 중요 성지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백궁은 역대 달라이 라마가 실질적인 정사를 보던 행정구역이다.

조캉사원
티벳 불교의 중심 사원이자 티벳 승려들에게 최고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오체투지를 하며 멀고 먼 고행의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의 종착지가 조캉사원인 것이다. 사원 주위에는 끊임없이 오체투지를하며 간절한 염원을 토해내는 티벳인들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도를 드리는 티벳인들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하릴없이 앉아 마니차를 돌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조캉사원을 함께 돌다보면 여행자들은 그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원래 조캉사원은 티벳왕국 건국자인 송첸 감포 왕이 당 태종의 딸 문성 공주를 아내로 맞으면서 당나라로부터 받은 불상을 모시기 위해 건립한 것이다. 그런데 이 불상이 석가모니가 12세 때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어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바코르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정사각형의 순례길이 있는데 이를 바코르 지역이라고 부른다. 바코르 지역에 들어서면 마치 중세의 시간 속으로 빨려든 느낌이 들어 여행자들을 흥분시킨다. 순례로에는 언제나 많은 순례자들이 한 방향으로 돌면서 숙연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 꼭 순례자가 아니더라도 항상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드는 이 바코르 지역에는 정말 특별한 정취가 있다. 광장 주변으로 수없이 뻗어나간 좁은 골목길들은 갖가지 기념품가게들로 가득 차있고, 티벳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지식인들과 이를 감시하는 공안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이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티벳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섞인 정말 매력적인 장소다.

세라사원
티벳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원이다. 승려 교육을 담당하는 사원이라 언제나 많은 승려들이 운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원에서 행해지는 교육방법. 바로 토론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법인데, 서로 진지하게 격론을 벌이다가 박수를 치기도 하고 몸짓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모습 등이 여행자들에게는 상당히 재미있게 비춰진다.

노블링카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노블랑카는 '보석공원'이라는 의미다. 그 이름에 걸맞게 과거에는 울창한 숲을 이룬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과거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녹음이 우거진 호젓한 맛이 남아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역대 달라이라마들은 음침하고 답답한 포탈라궁보다는 호젓한 여름궁전을 더 선호했다고 하는데, 1959년 중국인민군의 포격으로 심하게 파괴된 후 복원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드레풍사원
한 때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사원이었던 곳이다. 예전에는 10,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기도 했었다고 하는데, 초기 달라이라마들은 이 사원에 머물며 중앙티벳의 지배력을 행사했었다고 한다. 아직도 2, 3, 4대 달라이라마의 무덤이 이 사원 안에 있다.
사원 내부는 매우 크고 넓어 대법당과 간덴 포트랑, 그리고 경내에 대학이 4개나 위치하고 있을 정도다.

제5일  암드록쵸 - 삼딩 - 갼체

갑작스럽게 맞이한 라싸의 문화적 충격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지방으로 나가는 날입니다. 티벳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이미지인 파란하늘과 투명한 호수, 그리고 문명과 단절된 채 종교에 의지해 살고 있는 순박한 티벳인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암드록쵸
아침에 라싸를 출발하여 한가로운 도로를 달리다보면 길은 가파른 고개로 이어진다. 바로 해발 4,794m의 캄바라 고개다. 힘들게 고개를 오르는 동안 폐허가 된 사원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야크떼들이 여행자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캄바라고개 정상에 올라서면 믿기지 않는 광경이 발 밑에 펼쳐진다. 바로 암드록쵸 호수가 환상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고원의 황량한 대지에 꿈틀대는 전갈 같은 모습의 암드록쵸는 모습은 전갈처럼 생겼지만 그 아름다움은 정말 그림이다.
고개를 내려와 호수가에 내려서면 아름다운 비취빛 물이 꿈처럼 다가서니 말이다. 이 호수 안에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파란하늘과 구름,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 주변에 서성대는 목동의 그림자, 그리고 여행자의 영혼까지 투명하게 반사된다.
해발 4,488m의 암드록쵸 호수는 티벳의 4대 신성한 호수 중 하나인데, 현지인들은 이 호수를 일컬어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 만큼 이곳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찾아오는 순례자도 있다.

삼딩사원
암드로쵸 호수를 지나고 나면 수많은 양떼가 방목되는 늪지가 나온다. 이 곳을 지나 해발 4,500m의 작은 마을 나가체를 통과하여 계속 달리다보면 언덕 위에 삼딩사원이 보인다.
삼딩사원은 독특하게도 여성 라마의 환생이라고 믿어지는 여사제가 원장을 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이 작은 사원에 거주하는 스님들은 이따금 찾아오는 여행자들을 따듯하게 맞아준다.
삼딩사원을 찾는 진짜 이유는 이 사원에서 바라보는 암드록쵸 호수의 모습이 절경이기 때문이다. 3개의 호수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위치 때문에 호수와 농경지, 늪지, 초원, 높은 설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티벳 지역 전망대 중에서는 아무래도 이 곳에서의 전망이 최고다.

갼체 가는 길
암드록쵸의 감동을 뒤로 하고 갼체까지 가는 길은 우정공로를 달리게 되어있다. 우정공로는 네팔의 카드만두까지 이어진다.
티벳에서 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고원 위를 달리는 도로에서는 누구나 철학적일 수밖에 없다. 7,000m급 고봉들을 사이에 두고 달리는 길은 너무나 아름답게, 그리고 너무나 쓸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제 6일 갼체 - 시가체

갼체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습니다. 더구나 라싸와 같은 번잡함에서 해방된 분위기에서 돌아보는 중세유적지들은 그 감회가 남다릅니다.
하루 종일 갼체의 유적들을 돌아본 후 오후에 또 다시 쓸쓸한 고원길을 달려 시가체로 이동합니다.

갼체 종
갼체는 과거에 테벳, 네팔, 부탄으로 이어지는 대상들의 중요한 무역거점이었다. 그런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했던 지역이다.
14세기에 갼체의 왕조는 네팔의 구르카왕국과 인도의 라다크 왕국이 침공해 올 것에 대비하여 갼체종이라는 요새를 구축하였다. 이 갼체종은 근 600여 년 동안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1904년 영국군의 포격에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성채도 아름답지만 갼체종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주변 전망 또한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펠코르 쵸데
티벳불교도 여러 종파로 나뉘어져 있으며, 오랜 시간동안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갼체에서 만큼은 각 종파가 공존하는 ‘다종파의 관용’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대상무역의 거점이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관용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다종파 관용주의의 현장이 바로 펠코르 쵸데다. 1418년에 축조된 이 거대한 사원군에는 총 1개의 사원이 있었다고 하는데, 겔룩파 사원이 9개, 사캬파 사원이 3개, 그리고 부파의 사원이 3개였다고 한다.
현재의 펠코르 쵸데는 많이 파손되어 과거의 영화를 재현할 길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원 내부를 돌면서 만나게 되는 불상과 법당 등은 의외로 상당한 수준의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눈이 즐거워진다.

갼체 쿰붐
세계에서 유일한 양식의 15세기 건축물인 갼체 쿰붐은 ‘만 개의 얼굴을 가진 건물’이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의 건물 안에 나선형으로 배치된 법당의 수가 무려 112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방되어 있는 법당 30여 개를 차례로 돌아보며 오르다보면 6층 테라스에 도달하는데, 이 테라스에서 보는 갼체의 조망도 매우 훌륭하다. 갼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시가체 가는 길
갼체에서 시가체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능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두 개의 큰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인 만큼 번잡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도로가 주는 느낌이 새로운 길이다.

제 7일  시가체-담숭

라싸에 달라이라마의 포탈라궁이 있다면 티벳 제 2의 도시인 시가체에는 판첸라마의 타쉬홍포 대승원이 있습니다.
오전에는 판첸라마의 본거지인 시가체를 여유 있게 답사하고 오후에는 고원 길로 불리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 담숭으로 이동합니다.

타쉬홍포 사원
티벳의 영적, 세속적 최고 지도자는 달라이라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달라이라마와 동등한 위치로 판첸라마를 받들고 있다. 달라이라마와 판첸라마는 둘 다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추앙 받으면서 티벳불교를 양분하고 있지만 서로 대립한다거나 다투는 일은 없다.
달라이라마의 근거지가 라싸의 포탈라궁이라면 판첸라마의 본거지는 바로 티벳 제2의 도시인 시가체의 타쉬홍포 사원이다. 비록 지금 제 11대 판첸라마는 베이징에 감금되어 있고 중국정부가 옹립한 가짜 판첸라마가 기거하고 있지만 순례자들의 발길은 끊임이 없다. 라싸의 조캉사원처럼 타쉬홍포 사원 주위로도 순례의 길이 마련되어 있다.
라싸보다 더 강렬한 독립의지를 표출하는 이 지역의 분위기를 감지하는 것도 시가체 여행의 중요한 포인트다.

시가체 고성과 재래시장
시가체는 중국의 정책에 따라 이주해온 한족들이 사는 거리와 티벳인의 거리가 구분되어 있다. 한족 거리는 무미건조한 현대식 거리이지만 티벳거리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북적이는 인파와 기도하는 사람들, 그리고 값싼 기념품 가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그야말로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거리다. 이 거리를 답사하는 방법은 그저 느긋하게 배회하면서 티벳인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다.

담숭 가는 길
오후에는 가장 긴 버스여행길이 기다린다. 하지만 이 멀고 먼 길이 티벳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고봉들의 호위를 받으며 하늘과 맞닿은 길을 달리다보면 아스라한 지평선 너머 우리들이 찾던 티벳고원의 고독한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시가체에서 담숭까지는 7시간의 거리다. 아마도 이 시간 동안 여행자는 깊고 깊은 상념에 젖게 될 것이다. 고원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여행자를 철학적인 사색의 길로 이끈다.

제 8일  남쵸호수 - 성도

티벳에서의 마지막 날, 해발 4,718m의 하늘 아래 첫 호수인 남쵸호수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바람과 햇빛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신비한 물빛, 황량한 주변 풍광과는 달리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마음속의 탐욕까지 모두 비출 것 같은 남쵸호수에서의 아침은 차분한 명상의 시간을 약속할 것입니다.
오후에는 남쵸호수를 떠난 뒤 라싸를 거쳐 항공기로 성도에 귀환합니다.

남쵸호수
하늘 아래 첫 호수, 해발 4,718m의 남쵸호수는 중국대륙에서 두 번 째로 큰 염호다. 첫 번 째 것은 첫날 열차 타고 오면서 지나쳐 온 청해호.
남쵸호수의 길이는 70km, 너비는 30km에 달하니 둘레르 걸어서 한바퀴 돌려면 20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티벳인들은 성지순례의 개념으로 이 곳을 돌기도 한다.
남쵸호수가 유명한 것은 하늘 아래 첫 호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그 크기 때문만은 더욱 아니다. 남쵸호수의 가치는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물빛과 주변 경관의 수려함 때문이다. 호수 너머로는 넨첸 탕글라 산맥의 설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호수 주변에는 곳곳에 유목민의 텐트가 점점이 박혀있다. 게다가 철새들이 연출하는 군무는 지상낙원을 방불케 한다.
오전에 남쵸호수를 본 후에 라싸로 귀환하여 비행기를 타고 성도로 날아간다. 꿈에서 깨야할 시간이 된 것이다.

제 9일  성도 - 황룡 - 구채구

아침 일찍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구채구로 이동하여 황룡지구를 산책합니다.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기이한 풍광도 많고 수려한 산수도 많다고 하지만 이 곳 황룡과 구채구를 보지 않고는 중국의 산수를 논할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황룡

발목 정도에 찰랑거리는 맑은 계류가 마치 승천을 기다리는 황룡처럼 이어지는 이 지역을 일컬어 중국인들은 天上의 仙境이라고 한다. 원래 과장이 심한 중국인들이지만 이 곳만큼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필설로 형용키 어려운 절경’이란 바로 황룡 같은 곳에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이 계곡을 답사하는 방법은 약 2시간 30분에 걸친 가벼운 산책이 최고다.
황룡지구는 해발 5,588m의 설보정 기슭에 V자형으로 패인 계곡을 지칭하는데, 계곡 입구부터 층층이 형성된 석회암 연못에 에메랄드빛의 물이 고여 눈부신 풍경을 보여준다. 마치 계단식 논을 연상시키듯 이어지는 이 연못은 7.5km에 걸쳐 무려 3,400여 개나 형성되어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색채가 조화를 이루고 삼라만상이 표현된다.
황룡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다 보면 세신하(洗身河), 영선교(迎仙橋), 옥취채지(玉翠彩池) 등 비경이 연이어 나타나 숨이 막힌 장관을 연출한다. 황룡의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계곡미는 천하 제일이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산책길의 마지막 부분에는 황룡사라는 사찰을 만나게 된다.

제 10일   구채구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울러 가장 화려하고 현란한 지상 최고의 경치를 감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구채구를 보지 않고는 물에 대하여 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구채구 자체만으로도 알고 있는 모든 감탄사를 다 동원해야 할 정도이지만 구채구가 가을을 만나면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하루 종일 구채구의 가을 단풍에 취했다가 저녁에 항공기 편으로 성도로 귀환합니다.

구채구
구채구는 수정구, 일측구, 즉사구 등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 구역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비경의 명소들이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곳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배낭을 메는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버스의 출입을 통제하고 일괄적으로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각 명소들을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구채구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서 구채구 내에서는 흡연도 엄격히 제한된다.

수정구
구채구의 가장 핵심적인 구역이다. 구채구 전체의 호수 중 40%에 달하는 4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이 구역에 몰려 있다.
밑에서 올라가면서 수정궁(水晶宮), 분경탄(盆景灘), 호위해(芦韋海), 화화해(火花海), 수정폭포(樹正群瀑布), 낙일랑폭포(諾日朗瀑布), 서우해(犀牛海) 등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어느 곳이 가장 아름다운가를 순위로 정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이 중에 한 장소만 해도 천하제일을 다투기 때문이다.

일측구
약 18km에 달하는 계곡에 펼쳐진 절경은 구채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이 구역 안에도 무수한 명소들이 이어지지만 대표적인 곳은 진주알 같은 폭포수가 쏟아진다는 진주탄 폭포(珍珠灘 瀑浦), 호수의 색이 다섯 가지 영롱한 빛을 동시에 띄고 있어 구채정화(九寨精華) 또는 구채일절(九寨一絶)이라고 불리는 오화해(五花海), 3겹의 폭포줄기가 환상적인 팬더해 폭포 등이다.

제 11일  귀국

아침 식사 후 공항으로 이동하여 성도를 출발합니다. 항공기는 약 2시간 30분을 날아 인천공항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