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일  이탈리아로

여행의 설레임을 안고 이탈리아 로마로 향합니다. 11시간 남짓의 긴 비행시간이 우리를 조금은 힘들게도 하겠지만,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에 떠있는 시칠리아를 떠올리면 그렇게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로마에 도착하면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제 2일  아말피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겠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세계 4대 해안의 하나인 아말피로 이동합니다.
아말피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 빠져들어 여유로운 한때를 보낸 후 밤늦게 시칠리아행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아말피
지난 2000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밀레니엄을 맞아 「평생에 한번은 꼭 가보아야 할 50곳」을 선정, 발표한 바 있다. 아말피 해안은 그 중의 하나.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행지라는 얘기다.
아말피 해안은 우리나라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소렌토 바로 아래에서부터 시작해 살레르노에 이르는 50㎞의 해안선이다.
이 해안가에는 작은 마을들과 해변들로 연결되어 있다. 그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모두 그림엽서가 된다.
특히 그 중의 한 도시인 포시타노는 바다를 향해 급경사진 언덕에 그대로 지어진 마을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감청색의 바다와 포시타노의 흰 지붕의 집들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아말피는 이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중 가장 큰 곳이다. 중세 때는 지중해를 호령했던 해양공화국의 고도(古都)이기도 하다. 이곳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촬영되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말피 해안의 종착점인 살레르노는 중세 때 피사*베니스*제노바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해양강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배가 드나드는 분주한 항구다. 안쪽으로는 여전히 중세의 거리들이 남아 있지만 아말피 여행은 이곳에서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아말피 해안의 여행법은 따로 없다. 그저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쉬어가고, 해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벼랑에 지어진 카페에서 짙푸른 지중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시는 여유를 한껏 부리는 것이 최고의 아말피 여행법이다.

제 3일 리파리 제도

열차 침대 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새벽에 일어나 창 밖을 보면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질 것입니다. 일반 열차 여행에서 볼 수 있는 산과 들이 아닌 망망대해가 펼쳐집니다. 시칠리아로 가는 배편에 열차를 그대로 싣고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색다른 열차여행이 끝나면 뱃길을 따라 리파리 제도로 이동합니다.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불카노 활화산에 올라보고, 뜨거운 유황머드 온천에서 피로를 풀어보기도 합니다.

리파리 제도
리파리 제도의 정확한 명칭은 리파리 섬이다. 시칠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7개의 크고 작은 화산섬을 통틀어 에올리에(Eolie) 제도라 칭하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리파리 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파리 섬이 가장 크고 유명하기 때문에 관광업계에서는 보통 리파리 제도라고 부르고 있다.
리파리 섬 외에 불카노섬, 살리나섬, 스트롬볼리섬, 필리쿠디섬, 파나레아섬, 알리쿠디섬 등이 에올리에 제도에 속해 있다.
이 섬에는 BC 5000년 경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흑요석을 가공하여 만든 신석기 시대의 도구들을 남겼다. 신석기 시대의 도구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유물들과 함께 에올리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또한 6세기 때의 성당과 11세기 경의 해적들이 침입하였던 흔적들, 고대 그리스가 세운 성벽 위에 16세기 스페인에 의해서 세워진 요새 등이 남아 있다.
리파리는 세계유산이 산재한 이탈리아에서도 유일하게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는 리파리를 찾는 이유가 문화유산보다는 자연에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 4일 타오르미나 - 시라쿠사

오늘은 시칠리아 최고의 휴양도시 타오르미나와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인 시라쿠사를 방문합니다. 타오르미나에서는 지중해의 등대인 에트나산에 오르고, 움베르토 거리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이어 오후에 들르게 될 시라쿠사의 고고학 공원과 구시가지는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줄 것입니다.

타오르미나
그림처럼 펼쳐진 지중해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타오르미나. 시칠리아섬 동쪽 타우로산기슭, 해발 206m 조그만 산 위의 마을이다.
수많은 터널과 다리를 건너 구불구불한 산모퉁이에는 예쁜 별장과 카페가 눈에 띈다.
해안의 경치가 빼어나고 기후가 온화하여, 시칠리아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겨울 휴양지이다.
앞으로는 아름다운 이오니아해를 전망할 수 있고, 뒤로는 웅대한 에트나 화산을 볼 수 있는 멋진 장관이 이곳의 자랑이다.

에트나 화산
아이스크림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이 어디일까? 바로 에트나 산이다. 해발 3,323m의 에트나 산은 지금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살아 움직이는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활화산이기도 한 이 산의 정상에는 1년 내내 녹지 않는 눈이 덮여있다. 이 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화산의 신비로운 풍광을 만나기 위해서는 버스와 로프웨이를 그리고 다시 짚차를 번갈아 타고 올라야 한다.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는 길에는 뜨거운 용암에 묻혀 말라버린 나무들과 검은 화산재를 뒤집어쓴 폐가들을 볼 수 있다.
이 화산은 BC 4세기경부터 수 백여 차례에 걸쳐 폭발하면서 산기슭 마을과 주변에 큰 피해를 주었다. 특히 1669년, 1693년, 1832년의 폭발이 컸으며 가장 최근에는 불과 한달 전인 2007년 3월 29일에도 있었다.
이처럼 너무나 자주 검은 연기를 내뿜으면서 인근 지역의 주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에트나 화산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여 이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고 있다.
주민들은 수 백년 동안 이 화산과 애증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겸손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배웠다.

그리스 극장
타오르미나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기원전 3C 경에 지어진 야외극장으로 그리스시대에는 극장으로, 로마시대에는 원형경기장으로 이용되었다.
뒤로는 무대의 기둥들 사이로 눈 덮인 에트나 산의 정상이 보이고, 앞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수세기 동안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묵묵히 타오르미나를 지키고 있다. 지금도 매년 여름이면 연극과 콘서트가 열리는 타오르미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움베르토 거리
마을입구인 메시나 문에서 서쪽의 카타니아 문까지가 움베르토 거리이자 타오르미나의 중심가이다.
중세풍의 거리를 걷다보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이곳은 아름다운 이오니아해를 바라보며 거닐 수 있는 4월 9일 광장이다.
카타니아 문 근처의 두오모 광장에는 위에는 사람이고 아래는 인어의 모양을 한 재미있는 조각이 있는 분수와 아담한 두오모가 있다.
이 거리 곳곳에는 도자기, 장식품 등을 진열해 놓은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노천카페들이 즐비하다. 진한 커피향으로 유혹하는 카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시라쿠사
시칠리아 최초의 그리스 식민도시이자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이다.
시내의 북서쪽으로는 그리스 극장, 로마 원형극장 등 고대 그리스-로마의 유적들이 있다. 남쪽 오르티자 섬은 구시가지로써 시칠리아 전역에 영향을 줄만큼 강력한 도시로 발전했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라쿠사의 옛 영화를 상징하는 궁전들과 화려한 외장의 두오모만이 시라쿠사의 옛 중심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라쿠사 구시가지의 좁고 긴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과거의 한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고고학 공원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적군을 공원화한 곳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그리스 극장이 보이고 이어 천국의 채석장, ‘디오니소스의 귀’라고 불리는 동굴이 보인다. 이곳을 지나 언덕을 약간 오르면 로마 원형극장이 나온다.
그리스 극장은 시라쿠사 전성기에 지어졌으며, 시칠리아에 남아 있는 고대 그리스 유적 중 최대 극장이다. 보존 상태 또한 매우 양호하다.
천국의 채석장은 신전이나 구시가지의 건물을 세우기 위해 돌을 채취했던 곳이다. 현재는 오렌지 숲이 되었지만, 1693년 대지진 전에는 거대한 바위가 많았다고 한다.
천국의 채석장 바로 옆에는 시라쿠사의 폭군이었던 디오니시오스가 감옥으로 사용했던 인공동굴이 있다. 귀의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오레기오 디 디오니시오(디오니소스의 귀)’라 부른다. 높이는 약 36m에 달하고 그리스 극장 뒤의 묘소와 연결되어 있다.

아레투사의 샘
구시가지의 동쪽 해변가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연못 가운데는 파피루스가 자생하고 물 위에는 백조가 한가로이 노닌다. 이 샘은 님프인 아레투사가 강의 신 알페이오스에게 쫓겨 샘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레투사는 아르테미스의 시녀였던 님프다. 어느 날 더위를 식히려고 몰래 알몸으로 강에 들어가 목욕을 했다. 강의 신 알페이오스가 아레투사를 발견하고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알레투사는 부끄러워서 도망을 쳤다. 노한 알페이오스는 아레투사를 뒤쫓았고, 아레투사는 그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아르테미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르테미스가 두꺼운 구름으로 아레투사의 몸을 가려주었더니 아레투사의 몸이 서서히 물로 변해 지금의 샘이 되었다고 한다.

두오모
구시가지의 중심에 있는 두오모는 옛 그리스의 미네르바 신전을 성당으로 개조한 것이다.
측면에는 옛 신전의 기둥을 그대로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다.
두오모 광장에 면한 건물은 바로크 양식이지만, 장식이 적어 심플한 느낌을 준다. 두오모 광장에 서면 중세로 돌아간 느낌이 들 것이다.

제 5일  칼타지로네 - 피아차 아르메리나 - 엔나

시라쿠사를 떠나 ‘신전의 계곡’이 있는 아그리젠토로 향하는 날입니다. 하루종일 험준한 산을 넘어 가야 합니다. 하지만 드넓은 초원과 그 가운데 드문드문 수줍게 서있는 올리브 나무의 이국적인 풍경은 지겹지만은 않은 시간을 선물합니다.
이동 중 들르게 될, 도자기로 유명한 칼타지로네와 피아차 아르메리나의 독특한 유적은 신선함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칼타지로네
1693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칼타지로네를 포함한 인근 8개의 도시가 땅 속에 파묻혔다.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시칠리아 동남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재건하였다.
당시의 후기 바로크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도시 계획 및 건축에 있어서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였다. 유네스코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여 200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칼타지로네의 시청광장에서 산타 마리아 델 몬테 교회로 향하는 142개의 계단은 이 고장의 명물이다. 계단은 층층이 컬러풀한 타일로 장식되어있고 계단 양옆에는 도자기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피아차 아르메리나
-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
세 개의 언덕 위에 서있는 회색 도시 피아차 아르메리나는 바로크 시대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곳이다. 17세기의 두오모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 중 가장 흥미롭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주된 이유는 로마의 유적 ‘빌라 로마나 델 카살레’ 때문이다.
이 유적지는 700년 동안이나 흙 속에 파묻혔다가 발견되었다.
연회장과 여러 개의 방, 연못 등을 갖춘 대저택으로 40개가 넘는 바닥 모자이크가 유명하다. 그 당시의 생활상과 사냥, 신화에 관한 다양한 문양들이 사실적이고 정교하다. 이는 현존하는 로마시대의 모자이크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

엔나
시칠리아 섬에서 지리적으로 중심에 해당한다. 비옥한 땅 위로 솟아 있는 험한 바위산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시칠리아의 전망대라고도 부른다.
BC 7세기에 그리스 고대도시로 출발한 엔나는 그리스, 로마, 아랍인의 전략적 요충지로 인식되면서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아그리젠토가 가까워지면 주변은 온통 잘 조성해 놓은 초지들이 펼쳐진다. 무리를 지은 소떼와 양떼가 평화로이 풀을 뜯는다.

제 6일  아그리젠토

시칠리아에서 그리스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아그리젠토를 돌아봅니다. 20개가 넘는 신전들이 늘어서 있는 신전의 계곡에서 옛 그리스인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이어 흰 눈이 내린 듯한 해변 스칼라 데이 터치에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산책도 합니다.
저녁에는 마르살라 와인의 원산지인 마르살라에서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며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아그리젠토
아그리젠토는 그리스의 서정시인 핀다로스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묘사되었다. 또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탈리아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피란델로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아그리젠토를 찾아오는 주된 이유는 신전의 계곡을 걷기 위해서이다. 이곳에는 뜨거운 햇살로 달궈진 붉은 황토빛 신전들이 기다란 산등성이를 따라서 바다를 마주보고 일렬로 늘어서 있다.
신전 사이사이의 수많은 아몬드?올리브?감귤농장은 원예와 농업을 주로 하는 아그리젠토를 말해 준다. 특히 아몬드꽃은 이 도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봄이면 하얀 아몬드꽃이 만발하여 밝고 투명한 햇살 속에 새하얀 눈밭을 보는 듯 하다.

신전의 계곡
아그리젠토 시내와 남쪽 해안 사이의 낮은 산등성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시칠리아의 그리스 유적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BC 8세기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던 그리스인들은 그로부터 대략 300년 후인 BC 5세기부터 이 사원들을 짓기 시작했다. 그럼 천천히 몇 개의 신전을 둘러보자.
34개의 외부 기둥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콘코르디아 신전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함께 보존 상태가 가장 좋다. 6세기에 기독교 교회로 전환되면서 파괴를 면했기 때문이다.
제우스 신전은 BC 480년에 건설이 시작된 이래 미완성 상태로 방치되었다. 신전 내에는 ‘텔라모네’라고 불리는 높이 7.75m의 석상이 놓여져 있다. 이 석상은 복사본이고 원형은 고고학 박물관에 있다. 지진으로 훼손이 되긴 했지만 신전의 계곡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제우스 신전이 규모가 가장 크다면 헤라클레스 신전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신전과 마찬가지로 지진으로 붕괴되었다가 현재 8개의 기둥이 복원되었다.
마지막으로, 디오스꾸리 신전은 BC 5세기경에 세워졌다. 카르타고 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어 지금은 4개의 기둥만이 아픈 과거를 달래주고 있다.

스칼라 데이 터치
스칼라 데이 터치는 신전의 계곡 남서쪽 해안에 위치한 석회암 절벽 계단이다. 이 해안 층계는 석회암이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깎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의 풍광은 아주 특별하다. 석회암은 하늘의 엷은 푸른색과 바다의 짙은 푸른색에 대조되어 더욱 희게 빛난다. 또한 이 해안의 물은 속이 훤히 비칠 만큼 맑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변에는 연인들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하는 두 개의 연인바위도 있다.

제 7일 에가디 제도 - 에리체 - 팔레르모

시칠리아 섬의 서쪽해안을 둘러보는 날입니다. 이곳 또한 색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해안을 따라 풍차를 이용해 소금을 만드는 염전, 소금산. 이어 에가디 제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중세마을 에리체를 돌아 본 후 팔레르모로 향합니다.
도중에 황금 모자이크의 몬레알레 두오모를 방문한 후 팔레르모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염전
마르살라에서 트라파니에 이르는 시칠리아 해안도로에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뜨거운 태양 아래 흰눈이 쌓인 듯한 수많은 소금산, 풍차 그리고 바다에 밭을 일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지방은 예로부터 시칠리아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다.
높은 기온과 적당한 바람, 얕은 수심은 소금을 생산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일몰이다. 해가 서쪽바다 아래로 점점 기울면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염전이 모두 예술작품으로 변한다.

파비냐나 섬 (에가디 제도)
시칠리아 서쪽해안 트라파니에서 배로 30분 거리에 있는 에가디 제도는 크게 세 개의 주요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큰 섬인 파비냐나, 구석기 시대 동굴 유적이 있는 레반초, 가장 서쪽에 위치한 마레티모 섬이 그것이다. 이곳은 BC 241년 로마 해군이 카르타고 함대를 격파한 제 1차 포에니 전쟁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에가디 제도의 경제는 참치잡이를 중심으로 한 어업과 관광업이 주를 이룬다. 특히 우리가 들르는 파비냐나에는 ‘마탄자(Mattanza)’라 불리는 참치잡이 행사가 일년에 한번 열린다. 먼 옛날 시칠리아가 아랍인들의 영향권에 있을 때 생긴 풍습이다. 그물에 걸린 수십 마리의 참치와 어부들이 한판 씨름을 펼친다.
파비냐나의 섬 한가운데에는 산이 우뚝 솟아 있는데 그 꼭대기에는 성이 한 채 있다. 거기까지 오르는 길이 한적하고 아기자기 하다. 또한 섬 곳곳에는 채석장이 널려 있다. 반듯하게 깎여 내려간 돌의 모습은 꼭 아파트를 보는 듯 하다.

에리체
트라파니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30여분 오르면 중세시대의 마을 에리체를 만나게 된다.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에리체는 해발 741m의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서 확 트인 전망을 선사한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해안선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12세기 노르만이 아랍에 대항할 목적으로 건설한 노르만 성이 있고 그 주위에는 옛 신전의 터가 있다. 신전은 모두 파괴되어 그 흔적만을 겨우 알 수 있지만 고고학자들에 의하면,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신전과 로마의 비너스 신전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로써 여성신앙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중세풍의 마을 한가운데는 중심광장이 있고 다시 네 곳의 작은 광장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꼭 해야할 일이 한가지 있다. 고풍스런 집과 꽃이 만발한 뜰을 보면서 큰돌과 작은 돌을 모자이크식으로 깔아 놓은 길을 걷는 것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마을, 에리체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전이다.

몬레알레 두오모
팔레르모의 남서쪽 언덕 위에 위치한 몬레알레 두오모는 노르만 시칠리아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볼거리다.
내부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섬세한 모자이크로 꾸며져 있다. 모자이크는 예수의 생애와 부활, 아담과 이브 등 구?신약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오모의 오른쪽에는 아랍풍의 분수와 회랑이 있는데, 이 회랑은 들어서는 순간 그 아름다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줄지어 서 있는 열주 하나하나에 금은색과 원색의 화려한 모자이크가 만들어져 있다.

제 8일  팔레르모

어느덧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의 명소를 찾아 나섭니다. 팔레르모는 괴테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한 곳입니다.
오후에는 시네마 천국의 배경인 체팔루의 아름다운 해안마을을 돌아본 후 다시 팔레르모로 귀환하여 시칠리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팔레르모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의 주도로 페니키아인에 의해 건설된 도시다. 그 후 그리스, 로마와 아랍, 노르만, 스페인 등의 지배를 연이어 받았다. 특히 아랍 지배를 받았을 때 시칠리아는 ‘지중해의 정원’으로 불릴 정도로 크게 번창하였다. 다양한 민족이 시칠리아 땅을 밟은 만큼, 그 문화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지금의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냈다.
그 예로, 로마인이 지은 성터에 아랍인이 왕궁을 세웠고 후에 노르만 왕조가 왕궁으로 사용한 노르만 왕궁이 있다. 시장풍경도 그러하다. 아랍풍의 노천시장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분명 이탈리아 본토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시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주요 볼거리가 구시가지에 모여있어 도보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도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토리아 광장과 그 주위를 둘러싼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 노르만 왕궁의 세월이 묻어있는 중세 외벽, 아랍풍의 천장 그리고 비잔틴식 모자이크, 그리스 극장을 연상시키는 마시모 극장, 서민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부치리아 시장 등 자연과 역사가 함께 하는 도시가 바로 시칠리아의 팔레르모다.

콰트로 칸티
콰트로 칸티는 팔레르모 구시가지 한가운데 직각으로 교차하는 사거리다.
사거리 모퉁이의 건물들은 스페인 바로크 양식이다. 벽면은 곡선을 그리고 있고, 수호성인과 스페인 왕 그리고 4계절을 나타내는 분수 조각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낡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평범한 거리에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조각들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프레토리아 광장
콰트로 칸티에 인접한 시청사 앞에 있는 광장이다. 광장 한 가운데는 분수대가 자리잡고 있다. 16세기에 피렌체의 조각가를 초빙하여 만든 것으로 대리석 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30개의 대리석 조각은 벌거벗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부끄러움의 광장’이라고도 불린다.

산 카탈도 교회, 라 마르토라나 교회
팔레르모를 대표하는 이 두 개의 교회는 프레토리아 광장 남쪽에 있는 벨리니 광장에 위치한다. 같은 시대인 12세기의 건물이지만 그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산 카탈도 교회는 북유럽의 노르만 양식에 아랍풍이 더해졌다. 반듯한 직사각형 건물에 세 개의 빨간색 돔이 인상적이다.
라 마르토리나 교회는 팔레르모를 대표하는 노르만 양식의 교회이다. 건물 전면은 바로크 양식으로 꾸며져 있고 4층으로 된 아름다운 종탑이 있다.

노르만 왕궁
노르만 왕조의 궁전. 노르만 왕조는 기존 아랍인의 성을 파괴하지 않고 확장하여 왕궁으로 사용하였다. 지금은 시칠리아 주의회 의사당 건물로 쓰고 있다.
2층에 위치한 팔라티나 예배당은 천장, 벽, 기둥 등이 모두 금색의 화려하고 정교한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이는 노르만 왕 루제로 2세 때 완성된 것으로 3층에는 왕들의 방이 있다. 이 중 루제로 2세의 방에는 수렵 장면과 식물 등의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벽화가 있다.

부치리아 시장
현지인과 직접 만나고 싶다면 시장만큼 좋은 곳도 없다. 보통 이탈리아 시장들이 아케이드 형식으로 건물 안쪽에 위치하는 반면, 이곳은 천막을 친 노천시장이다. 이는 아랍의 흔적이다.
이곳에는 생필품은 물론이고 비옥한 토지에서 자란 신선한 야채, 과일, 갓 건져 올린 생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체팔루
팔레르모 동쪽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로,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에는 이탈리아의 노르만 건축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르만 성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다이아나 신전이 있던 거대한 바위가 있다. 한적한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낡은 듯 하면서 아름다운 집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새하얀 백사장이 길게 늘어져 있는 해안선이 일품이다.

제 9일 팔레르모 - 로마

시칠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에 고고학 박물관과 카타콤베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국내선을 이용하여 로마로 이동, 연이어 귀국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고고학 박물관
시칠리아 섬 곳곳에 흩어져 있던 고대유적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셀리눈테 사원에서 출토된 많은 조각품들과 이집트 왕들의 일람표가 적혀있는 ‘팔레르모 스톤’, 시라쿠사에서 발견된 헬레니즘 시대의 청동제작품 등이 눈여겨 볼만하다.

카타콤베
수천 개의 시체가 미이라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1599년부터 1920년까지 성직자나 유명인의 시체가 다양한 형태로 진열되어 있다.
머리카락과 피부가 당시의 모습으로 보존 돼 있는 미이라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이 곳은 일종의 신성한 무덤이어서 사진을 찍거나 떠드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지난 밤 로마를 출발한 비행기는 오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이로써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이탈리아 남부 여행의 끝을 맺게 됩니다.